베놈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안티히어로 중 하나로, 2018년 개봉한 영화는 기존 히어로물의 틀을 깨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별개로 소니 픽처스가 제작한 이 작품은 에디 브록과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 ‘베놈’의 기묘한 공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 ‘베놈’의 줄거리, 인물 분석, 그리고 안티히어로로서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영화의 서사적 의미와 문화적 영향력까지 살펴봅니다.
줄거리
영화 ‘베놈’은 탐사 전문 기자 에디 브록이 거대 기업 ‘라이프 재단’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려다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에디는 정의감 넘치지만 직설적인 성격 탓에 곤란한 상황에 자주 처하는 인물로, 연인 앤 웨잉이 일하는 법률 회사를 통해 라이프 재단의 정보를 몰래 입수하고 인터뷰 중 이를 폭로하려다 해고당합니다. 이로 인해 앤과도 이별하게 되며, 인생이 급격히 추락합니다. 실직한 에디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라이프 재단의 내부 연구원이었던 도라 스커스 박사로부터 극비 실험 정보와 내부 고발을 제안받고 다시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에디는 연구소에 몰래 침입해 불법 생체 실험 현장을 목격하는 도중, 실험 중이던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 중 하나와 접촉하게 되고, 그것이 그의 몸속에 기생하게 됩니다. 이 심비오트는 바로 ‘베놈’이며, 이후 에디는 통제 불가능한 힘과 신체 변화, 초감각 능력을 경험하면서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동시에 라이프 재단은 도망친 실험체를 되찾기 위해 무장 요원들을 보내고, 에디는 베놈의 능력을 빌려 이들과 맞서 싸우게 됩니다. 한편, 다른 심비오트인 ‘라이엇’은 말레이시아에서 칼튼 드레이크의 몸속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지구 침공을 준비합니다. 라이엇은 모든 심비오트를 지구로 불러와 인간과의 결합을 시도하려 하며, 이에 맞서 에디와 베놈은 협력하게 됩니다. 베놈은 처음에는 지구 정복이 목적이었지만, 에디와의 유대 속에서 생각을 바꾸고 지구를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두 존재는 샌프란시스코의 우주 발사 기지에서 라이엇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격렬한 전투 끝에 라이엇을 물리칩니다.
에디 브록
‘베놈’에서 가장 핵심적인 서사는 인간 에디 브록과 외계 생명체 베놈이 하나의 신체 안에서 공존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물리적 갈등입니다. 에디는 원래 탐사 보도 기자로서 강한 정의감을 지닌 인물이지만, 거대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다 직업과 연인을 잃고 사회적으로 몰락하게 됩니다. 그런 에디에게 심비오트 ‘베놈’이 기생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베놈은 에디의 몸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에디의 의식과 충돌하면서 끊임없이 내부 대립이 일어납니다. 두 존재는 처음엔 서로를 적대시하며 지배권을 두고 싸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상대방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베놈은 에디의 도덕성과 감정을 학습하게 되고, 에디는 베놈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용기와 저항 의지를 되찾게 됩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숙주와 기생체를 넘어, 하나의 자아가 둘로 나뉜 듯한 심리적 상징성을 가집니다. 즉, 베놈은 에디가 억눌러왔던 본능적 감정, 분노, 공격성의 화신이라 할 수 있으며, 에디는 베놈에게 인간성과 절제의 개념을 가르치게 됩니다. 이 복합적 관계는 영화의 중심 테마인 ‘공존’과 ‘진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차별화된 내면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베놈과 에디의 갈등과 협력은 관객이 인간 존재의 이중성과 도덕적 혼란을 더욱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드는 매개가 됩니다.
베놈이 남긴 메시지
‘베놈’은 단순한 상업 영화 그 이상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히어로’의 개념에 도전장을 던지며, 새로운 시대의 영웅상을 제시합니다. 에디 브록과 베놈은 정의와 선이라는 절대적인 개념보다 ‘선택’과 ‘관점’의 문제를 중심에 둡니다. 그들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본능에 따르고 때로는 양심에 이끌립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모습은 오히려 현대 사회의 인간상을 더욱 리얼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객들은 베놈이라는 존재를 통해 '나 자신 안에 존재하는 이중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선과 악,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며, 그 선택의 연속이 곧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를 유머와 액션, 심리적 긴장감이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녹여내며, 단지 ‘재미’를 넘은 ‘의미’를 전달합니다. 흥행적으로도 ‘베놈’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며, 안티히어로 장르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관객들이 전통적인 히어로보다, 보다 인간적이고 결함 있는 캐릭터에 더 많은 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후 후속작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제작된 것도 이러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베놈’은 전통적인 히어로 서사를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으로, 인간성과 정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합니다. 안티히어로의 복잡하고 입체적인 매력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이 영화는 향후 슈퍼히어로 장르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