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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역사적 배경, 줄거리, 총평)

by mj0130 2025. 5. 2.

말모이 영화 관련 사진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드라마 영화입니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 있는 노력이 담긴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물이 아닌 언어와 정체성, 그리고 문화적 자존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말모이의 역사적 배경, 줄거리, 총평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적 배경

영화 <말모이>의 배경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 후반부로, 조선 민족의 말과 글이 철저히 억압받던 시기입니다. 당시 일본 제국은 조선인을 철저히 일본인으로 동화시키기 위한 식민 통치 정책을 강화하고 있었고,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언어 말살 정책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조선어 교육이 폐지되고, 신문과 방송 등 모든 공공 매체에서는 일본어만 사용하도록 강요되었습니다. 조선어를 말하거나 쓰는 것은 곧 반일행위로 간주되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학교에서 일본어로만 말하도록 훈육당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조선어학회'는 목숨을 걸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합니다. 조선어학회는 1931년 창립된 이후,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표준어 확립, 국어 문법 체계화 등의 작업을 추진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말의 모든 낱말을 모아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말모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순우리말로, 전국 각지의 방언과 단어, 고유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민족적 사명감을 띤 언어 운동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언어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의 행위였습니다. 우리말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조선인의 사고방식, 문화, 감정, 생활양식을 담고 있는 민족의 뿌리와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존재의 부정과 같았고, 조선어학회는 이에 맞서 언어를 지켜내는 것이 곧 조선을 지키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이러한 활동을 민족주의적 저항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탄압하기 시작합니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검거가 이루어졌고, 학회 회원들과 협력자 수십 명이 체포되어 고문을 받거나 옥고를 치르게 됩니다. 이 사건은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싸운 이들의 노력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말모이>는 바로 이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언어라는 이름 아래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기록을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우리 언어의 가치와 그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숭고한 의지를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줄거리

영화 <말모이>는 읽고 쓰는 법조차 모르는 전과자 김판수(유해진 분)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며, 관객이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 작업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생계형 범죄를 반복하며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던 김판수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려다 조선어학회의 금고를 털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잡일 정도로 생각하며 일을 시작하지만, 점차 조선어학회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기록이 아닌 ‘민족의 말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조선어학회는 전국의 방언과 고유어를 모아 조선어 사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학회 대표 정세훈(윤계상 분)은 언어가 곧 민족의 혼이며, 말이 사라지면 민족도 사라진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로, 지식인 특유의 냉정함과 뜨거운 사명감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입니다. 그와 판수는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갈등을 겪지만, 함께 말모이 작업을 하며 점차 서로의 상처와 목적을 이해하게 됩니다. 판수는 글을 배우고, 말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자신도 역사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남몰래 조선어 단어를 모으고, 그 의미를 정리해 사전 초고를 작성해 나갑니다. 그러나 일제의 검열과 탄압은 점점 거세지고, 조선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체포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조선어학회는 결국 탄로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판수와 정세훈, 그리고 조선어학회의 구성원들은 체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마지막까지 자료를 지키고자 분투합니다.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든 단어 하나하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그들의 용기는 단지 언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 전체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김판수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말을 지키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매우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 속 말이 어떻게 민족의 혼이 되고, 역사로 기록되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점이 <말모이>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판수의 성장은 곧 영화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으며, 관객 역시 그의 변화와 선택을 통해 언어의 본질과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총평

말모이는 언어의 의미를 되묻는 동시에, 그 언어를 지키려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귀한 의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단순히 억압과 저항의 구도로만 그려지지 않고, 말이라는 도구가 지닌 깊은 정서와 정체성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말모이>는 흔한 독립운동 영화가 아닌, 언어와 문화에 대한 헌사이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깃든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주인공이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판수는 문맹이고, 과거에는 전과자였으며, 사회적으로 내세울 것 없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름, 말, 존재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변화를 시작합니다. 이는 관객들에게 “누구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며, 진정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말의 소중함, 평범한 단어 하나에 담긴 삶의 흔적은 그 어떤 거대한 연설보다 강한 울림을 줍니다. 영화는 실제 역사 속 조선어학회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극적 요소를 과도하게 끌어올리기보다는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윤계상이 연기한 정세훈 역시 이념보다 사람, 말보다 마음을 우선시하는 진정성 있는 지식인으로 그려져, 이야기에 균형과 무게를 더합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는 갈등과 신뢰를 오가며, ‘말’을 중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발전합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영화의 휴머니즘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영화는 “말은 삶이고, 말은 민족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대를 초월해 전달합니다. 단어를 모으는 일이 곧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며, 그 기록은 민족의 자존심이자 기억이라는 점을 관객에게 각인시킵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점점 잊혀가는 단어들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요구하는 현재의 과제로 확장됩니다. 총평하자면 <말모이>는 작은 이야기로 큰 울림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격렬한 액션이나 영웅적 장면 없이도, 언어라는 존재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진심만으로도 관객을 울리는 영화이며, 그 진심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언어생활과 태도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귀중한 계기를 제공하며,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